창세기 33장

야곱이 에서를 만나다

33장

1 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 에서가 사백 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오고 있는지라 그의 자식들을 나누어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맡기고

2 여종들과 그들의 자식들은 앞에 두고 레아와 그의 자식들은 다음에 두고 라헬과 요셉은 뒤에 두고 (야곱이 자식들을 둔 순서로 야곱의 마음이 읽힌다. 본인의 사랑이 깊을수록 후방에 배치한다. 만일 일이 나면 도망이라도 가라는 뜻이고 죽더라도 마지막에 죽으라는 뜻이다. 이러한 야곱의 마음이 요셉을 더 건방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야곱이 이제 건강한 자아를 회복했으나 이 부분의 문제는 남아있다. 형제간에도 우애가 회복되고 경제적인 욕심을 다 비우는 야곱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있다. 하나님을 만나면 완전히 성인이 되길 기대하지만 하나님을 야곱처럼 만나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인간에겐 어딘가 연약한 부분이 있어서 살아가는 동안 그 문제로 인해 많은 고난이 발생한다. 인간이 다리를 절면 자칫 다른 사람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실제론 자신이 흔들리고 있으면서. 언제까지나 부족한 채 앞으로 가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며 그런 인간을 사랑하신 분이 하나님이다.)

3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 (그동안 비겁했던 야곱이 뒤로 숨지 않고 맨 앞으로 나갔다. 상황이 그래야만 할 상황이기도 하나 야곱이 이제야 책임감을 갖고 나선 것이다. 브니엘서 씨름을 한 뒤 야곱은 달라졌다.)

4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 (에서가 야곱을 만났을 때 야곱은 지금 막 다리 힘줄이 끊어진 상태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을 것이다. 하나님은 왜 다리를 부러뜨렸을까? 정상인 야곱을 만나면 에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을 수 있다. 하지만 당대로서는 인간취급도 못 받게 되어버린 동생을 본 순간, 그 동생이 일곱 번씩이나 절을 하며 다가올 때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거의 쓰러질 듯 걷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아무리 분노가 내재된 사람에게라도 동정심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은 야곱의 다리를 절게 만들어 에서의 분노를 잠재운 것이다. 이래서 하나님의 뜻은 놀랍고 큰 것이다. 인간이 볼 때 하나님이 야곱을 몹쓸 인간으로 만들었으나 에서의 분노를 잠재울 방법이 바로 다리를 부러뜨려 동정심을 사게 했다. 하나님은 참으로 신실하고 실수가 없으신 분이시다.)

5 에서가 눈을 들어 여인들과 자식들을 보고 묻되 너와 함께 한 이들은 누구냐 야곱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들이니이다

6 그 때에 여종들이 그의 자식들과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7 레아도 그의 자식들과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그 후에 요셉이 라헬과 더불어 나아와 절하니

8 에서가 또 이르되 내가 만난 바 이 모든 떼는 무슨 까닭이냐 야곱이 이르되 내 주께 은혜를 입으려 함이니이다

9 에서가 이르되 내 동생아 내게 있는 것이 족하니 네 소유는 네게 두라 (에서는 그동안 성숙한 사람이 되어있다. 동생에 대한 시각도 그러하고 물질에 대한 애착도 없다. 에서는 소유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족하다고 한다. 야곱은 라반과 다툰 것이 결국 욕심 때문이었다. 에서와 싸운 것도 욕심이었다. 하지만 에서가 욕심을 버리자 평화가 찾아온다. 욕심을 버리는 것은 늘 평화의 열쇠가 된다. 내게 있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늘 문제가 따라다닌다.)

10 야곱이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내가 형님의 눈앞에서 은혜를 입었사오면 청하건대 내 손에서 이 예물을 받으소서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 (야곱은 에서를 만난 것이 하나님을 만난 것과 같다고 한다. 그렇다. 하나님을 만나면 형제간의 문제가 풀리고 막힌 담이 헐어진다. 하나님을 만나면 인간과의 관계가 풀어져야 한다. 특히 믿음의 형제들과의 관계가 풀어져야 한다.)

 

11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베푸셨고 내 소유도 족하오니 청하건대 내가 형님께 드리는 예물을 받으소서 하고 그에게 강권하매 받으니라 (야곱도 마찬가지로 자기 소유에 족하다고 한다. 형제가 서로 재산에 만족하면 더없는 평화가 찾아온다.)

12 에서가 이르되 우리가 떠나자 내가 너와 동행하리라

13 야곱이 그에게 이르되 내 주도 아시거니와 자식들은 연약하고 내게 있는 양 떼와 소가 새끼를 데리고 있은즉 하루만 지나치게 몰면 모든 떼가 죽으리니

14 청하건대 내 주는 종보다 앞서 가소서 나는 앞에 가는 가축과 자식들의 걸음대로 천천히 인도하여 세일로 가서 내 주께 나아가리이다

15 에서가 이르되 내가 내 종 몇 사람을 네게 머물게 하리라 야곱이 이르되 어찌하여 그리하리이까 나로 내 주께 은혜를 얻게 하소서 하매 (에서가 두 번에 걸쳐 호의를 베푼다. 그러나 야곱은 두 번 다 정중히 거절한다. 베푸는 것도 필요하나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오면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사람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16 이 날에 에서는 세일로 돌아가고

17 야곱은 숙곳에 이르러 자기를 위하여 집을 짓고 그의 가축을 위하여 우릿간을 지었으므로 그 땅 이름을 숙곳이라 부르더라

18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 그 성읍 앞에 장막을 치고

19 그가 장막을 친 밭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백 크시타에 샀으며 (야곱이 라반을 떠나오는 동안 내내 땅을 지나왔으나 이곳에서 땅을 산다. 그리고 그 땅에 한 일이 제단을 쌓은 일이다. 값싼 예배의 장소가 아니라 값을 치르고 예배의 장소를 택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도 값없이 할 것이 아니라 값을 치러야 한다.)

20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불렀더라 (엘엘로헤이스라엘은 하나님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야곱이 하나님의 은혜에 얼마나 감격했으면 이와같이 남아서 제사를 지냈을까 싶다. 그 마음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