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세상과 교회를 향해

김정은 화환에 대한 기독인들의 인식 문제

강 영 길 2014. 8. 20. 23:43

김정은의 화환이 국립현충원에 세워진 것에 대해 빨갱이 새끼니 뭐니 하는 욕설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에 대해 내가 아는 기독교인들도 탄식을 금치 못하는 것을 보았다.

 

이 사안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풀어본다.

 

우선, 북한에서 화환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듣고 안 받겠다고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더러 전쟁 한 번 하자는 얘기밖에 안 될 것이다. 그렇게 감정 건드려서 얻을 것은 무엇인가? 북한으로서는 김대중 정권 때 있었던 화해 무드로 돌아가자는 일종의 유화적 제스처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일까?

 

화환을 가지러 보낸 것은 우리 정부다. 정부가 허락하지 않으면 북한에는 아무도 못 간다. 따라서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과 잘 지내보자는 화해의 손길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허락한 것은 참 잘 한 일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도 빨갱이인가?

 

절차를 거쳐 화환을 가져왔다. 그러면 그 화환은 당연히 망자의 무덤에 놓인다. 그런데 망자가 국립 현충원에 있으니 그곳에 놓인 것이다. 가져온 화환을 쓰레기 통에 버리거나 현충원 밖에 세워야 했을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일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김정은은 북한의 통수권자다.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남한 뿐이다. 북한이 남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로선 화가 날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당연히 북한 통수권자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전직 대통령보다는 화환을 앞에 놓은 것이다. 만일 우리 대통령이 화환을 보냈으나 맨 끝에 화환을 놨다면 그것이 우리에 대한 예우이겠는가?

 

그런데 이런 트집에는 참 악한 것이 숨어있다. 만일 김정은이 박정희 대통령의 무덤에 화환을 보냈으면 빨갱이니 뭐니 했을까? 이것은 김정은보다는 김대중을 미워하는 세력들의 얄팍한 증오심 아닐까? 즉, 지역감정을 먹고 사는 우리 사회의 암세포들이 김대중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를 김정은의 화환에 화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환을 욕하는 자들의 양심에 물어볼 일이다.

 

우리 사회의 각종 지표가 가장 건전한 기간이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였다는 발표를 최근 두 경로로 읽었다. 그것이 보수세력을 두둔하는 아산 연구소와, 국가 전략를 연구하는 기관에서 발표한 것이었다. 국가 부패지수라든지, 경쟁력이라든지 안전망이라든지 등등 여러 요소들에서 그 당시가 가장 건강한 사회였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한국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으며 병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병은 증오를 양식으로 삼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증식된다. 그들은 일종의 암세포다. 그 암세포들이 사회를 점점 더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암세포들이 먹는 양식인 증오를 기독교인들도 함께 먹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사랑하자고 하면서 빨갱이 새끼들이라고 동조하는 것이 과연 사랑인가? 이런 논리에 동조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해하고 용서하고 미래를 위해 나가자는 태도를 거부하는 자들은 어둠과 증오를 먹고 사는 자들이며 이런 자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이 된다. 이들에게 예수님은 그런 사랑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도, 회개하자고 말한다고 해도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아는 두 가지,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과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구원을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들이 변화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그들의 논리 앞에 모르는 척 눈감고 귀막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참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그들에게 던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