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묵상하는 하루

이곳이 좋사오니 이교회에서 죽게하소서

강 영 길 2012. 1. 24. 14:57

설날 고향 교회에 가서 목사님과 담소를 나눴다.

 

고향 교회는 미자립 교회다. 오죽하면 중고차조차 살 돈이 없어서  목사님 차량이 낡아서 완전히 녹슬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를 타고 다니는 교회다.

 

목사님 가족이 처음에 섬에 왔을 때 적응하는 데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이제는 적응을 할 만한지 물었다. 그랬더니 목사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서해안의 어느 교회에 있는 목사님이 말씀하십디다. 그 교회에는 하도 목사님이 자주 바뀌었는데 자기가 정작 가보니 정말로 견디기가 어려웠답니다. 그 목사님이 자기 심정을 담아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책 제목이 <이 섬에서 죽게 하소서> 랍디다. 나도 그렇게 기도합니다. 이 섬에서 죽게 하소서."

 

목사님의 눈에 의지가 결연했다. 목사님의 그 말에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과연 그런 각오가 되어있는가?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땅에서 이름없이 주님을 섬기다가 죽을 각오가 되어있는가? 내가 서 있는 그곳이 어렵고 힘들어서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이곳이 좋사오니 이곳에서 죽게 하소서."

 

내가 받을 건 하나도 없고 내가 죽도록 헌신해야 할 교회에 내가 있다면 나는 과연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고 나를 인정해줄 한 사람도 없는 교회에 있으면서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 교회가 좋사오니 이곳에서 죽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