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인간의 자유의지인가 하나님의 은혜인가(신명기 30장 6절)
신명기 30장 6절에는 꽤 중요한 기독교의 원리가 등장한다. 신앙의 경륜이 오래된 사람들조차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이 이 내용에 들어있다.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실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가 바로 신앙은 인간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인가 하나님의 은혜로 선택되는 것인가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숱한 논의를 들었으되 명쾌한 성경적 답을 찾기 어려웠다. 어떤 말씀은 전적인 하나님의 선택이라고 하고 어떤 말씀은 인간이 돌아와야 한다고 한다. 그 구분도 기준도 모호하다.
성경을 읽다가 보석같은 구절을 발견했는데 신명기 30장 6절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이며
이 구절의 전단계로 가면 신명기 30장 2절에서 3절이 나온다.
2 너와 네 자손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와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한 것을 온전히 따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3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너를 긍휼히 여기사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시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흩으신 그 모든 백성 중에서 너를 모으시리니
2절에서 만일 인간이 하나님 앞으로 돌아가면 3절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불쌍히 여겨서 마음을 돌이킨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 나온 구절에 6절이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할례를 베풀어서 하나님을 사랑하게 한다."는 말이다.
일단 할례는 살갗을 벗겨서 인간의 순수한 살과 하나님이 만나는 행위이다. 하나님은 마음의 할례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단단하고 세속에 찌든 내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어 하나님의 마음을 직접 내 마음에 넣어준다는 뜻이 된다.
그런 다음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고 생명을 얻게 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문장이 사동형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변하도록 하나님이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여 생명을 얻도록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사실 사랑이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두 번 반복적으로 만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사랑에도 빠진다. 처음 만남부터 사랑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까 반복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러 오다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단 만나고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나고 자주 보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결정할 일이다. 하나님 앞에 나가는 것이 인간이 할 영역이다. 나가지 않으면 하나님을 만날 수도 없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려 하면 그때부터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내 마음의 껍질을 벗기고 하나님의 마음을 그곳에 붙이신다. 사랑도 생명도 주신다. 그러니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것은 나의 의지이나 하나님과의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하나님의 의지다. 곧 하나님의 은혜다.
인간인 내가 할 일은 딱 하나, 하나님 앞에 나오는 것이다. 참으로 쉽다. 그러면 하나님이 그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하신다. 통장만 넣으면 기계가 다 알아서 정리하듯 내 마음을 열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신다.
반복되지만, 정리하자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하나님께 나가는 것을 선택하고 사랑과 구원은 하나님이 선택하신다.
바울과 같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강권적인 선택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원리는 신명기 30장 6절에서 말하는 원리가 정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