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주례
어느 분이 결혼식 참석 소감을 말씀하셨다.
서울 아니 한국의 영성을 대표하는 어느 교회 담임 목사님이 주례를 서는 결혼식에 다녀왔느라고.
최고급 호텔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에 참석했노라고.
이 참석자가 꽤 저명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자기 인생에서 본 가장 화려한 결혼이었다고 한다.
그 참석자 분은 그 결혼식이 좋았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 말씀을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대형 교회는 대부분의 경우 부목사님들이 돌아가면서 주례를 선다.
그런데 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주례만은 담임목사가 서는 걸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단한 부모의 자식인데 그 만한 사회적 격을 갖춘 사람이 주례를 서야만 그 자리가 빛나는 것 아니겠는가?
모든 사회에는 계층에 따른 균형맞추기 논리가 적용된다.
정말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나 한편으로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우선 그렇게 화려한 결혼에 굳이 유명한 목사가 참석해야 할까?
그런 정도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 굳이 기독교적인가를 묻는 것은 너무 과한 질문인 걸 인정한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 따라 즐길 수 있고 하나님은 그렇게 기쁘게 지내는 것을 나쁘게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나쁜 걸까?
교회의 주례에도 순위가 있다는 말인가?
과연 쪽방에서 결혼하는 사람의 주례를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서 줄까?
담임목사는 너무 바빠서 웬만한 교인 장례식에도 못 간다.
그런데 초호화 결혼식 주례라니.
그냥 손님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그 주례는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설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담임 목사는 그런 주례를 안 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담임 목사에게 주례 서 달라고 감히 부탁조차 못하는 교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얼마나 클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 목사님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 목사님의 어딘가 순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그러나 내가 그 목사님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냥 나에게 드는 생각이다.
뭐랄까, 내가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내 스타일과 좀 다르다고 할까?
어딘가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는데, 결혼식 소식을 듣고선 더 기분이 안 좋다.
이런 나를 회개하고 기도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분별력을 활용해 판단하는 것조차 죄가 될는지부터 물어야겠다.
모쪼록 바라는 바가 있다.
그 목사님이 꼭 쪽방에서 결혼한다는 사람의 결혼식에도 주례를 서시길.
그게 아니라면 모든 교인의 주례를 다 서시길.
7만명이 넘는 교회의 결혼 주례를 다 서기 힘들 텐데
그러면 아예 주례는 부목사님들 몫으로 남겨두시길.....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 그분의 주례를 받을 생각조차 못하는 자들의 결혼에 더 큰 축복을 주시옵소서.
화려한 결혼식에 취한 분들이 나쁜 분들은 아니겠으나
저는 그저 소외된 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제 눈물과 기도를 받아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