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영 길 2011. 12. 3. 21:07

어제 나는 두 천사를 만났다.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다.

나는 식판을 들고 밥 먹을 자리를 찾아나섰다.

그런 나와 한 사내가 스쳐갔다.

그는 적어도 석달 열흘은 씻지도 못한 걸인이었다.

걸인이 식판을 들고 내 곁을 지나치는 순간

한 여자분이 나와 걸인 사이로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땟국물 흘러넘치는 걸인을 피하거나

탐탁찮은 눈으로 대하는 게 현실이다.

한데 그 짧은 순간에 여자분이 걸인에게 인사를 건넨다.

"맛있게 드세요."

그 목소리에는 사랑이 가득 들어있다.

여자분은 얼마나 훈련이 되어있으면 저토록 짧은 순간에 그 따뜻한 목소리로 인사를 할까.

걸인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맞절을 한다.

"네."

그 대답에도 감사의 마음이 넘친다.

혹시 예수님이 그렇게 식판을 들고 내려온 것일까?

교회에 오래 다닌 집사람은 한 번도 걸인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혹시 예수님이 식판을 들고 교회 식당을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여자분은 특별히 높은 자리에 앉히시지 않을까?

심드렁하게 그 사건을 옆에서 지켜봤던 나,

저녁에 산책을 하던 중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른다.

참 묘한 일이다.

그 장면을 떠올린 순간 나는 두 눈 가득 눈물을 흘렸다.

아무도 반겨 주지 않을 그를 반겨준 천사같은 여자분의 사랑.

그것은 신앙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일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어디 간들 환영 한 번 받았을까,

어디 간들 반기는 사람이 있었을까?

어디 간들 인간다운 인사 한 번 받았을까?

그 걸인은 아마도 마음 속으로 뜨끈한 눈물로 한 그릇의 밥을 먹었을지 모른다.

나는 왜 그 순간 그런 인사를 하지 못했을까?

그런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첫번째 천사는 오늘 내 가슴에 그렇게 내려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데

한 여성분이 옆에 앉았다.

난 솔로몬의 지혜라는 현길언의 책을 읽고 있었다.

여자분이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것을 둘로 쪼갠 후 한마디 말없이 나에게 절반을 건넨다.

그 순간 나에게는 천사가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번쩍 떠올랐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았다.

꼭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그에게 줄 게 없었다.

그래서 줄 게 없노라고 말했다.

그는 괜찮다고 했다.

왜 주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읽어서 준다고 했다.

그는 교회도 성당도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나에게 왜?

나는 그때 실제로 약간 피곤했던 상태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에게 천사를 보냈다.

비타민 C를 주시려고.

 

하나님은 나에게 비타민 C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