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여행 후기 발표문
이사야서 45장 2절과 3절에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하게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 네 이름을 부르는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을 네가 알게 하리라.”
라고 말씀하신 그대로 전도여행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보다 앞서 가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연 그렇게 하실까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갖고 떠난 전도여행이었다.
떠나기 전에 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말씀은 마가복은 6장 8절부터 9절이다. “여행을 위하여 지팡이 외에는 양식이나 배낭이나 전대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며 신만 신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명령이 내 전도여행의 지상 과제가 되었다.
우리 팀엔 예언한다는 사람도 없었고 신체가 약한 사람도 없었고 뛰어난 영성을 가진 자도 없는 평범한 팀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성령 충만이 아니라 성령 부족인 사람들의 집합체 같았다. 그러나 우리 팀은 강한 연합과 연대를 가진 팀이었다. 우리처럼 부족하고 별로 내세울 게 없는 팀을 하나님은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보여주셨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합을 기뻐하신 것 같다. 주님의 이름으로 둘 이상이 모인 곳에 계시겠다고 했던 약속대로 우리 팀엔 주님이 함께 하셨다. 음성듣기에 고집부리는 자도 없었고 그래서 더 빠르고 정확했다. 음성 듣기와 교회 찾기 등에서 실패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여행 떠나기 이틀 전 내가 기도하는 중에 이런 음성을 들었다. 한 사람이 우리 팀에 올 것인데 그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도 팀장께만 이 말을 했다. 증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정읍에 도착하여 식당에 들어갔다가 홀로 식사하시는 그 지역의 한 집사님을 만났다. 그리고 교회 연락처까지 받았다. 기도에서 주신 일이 그대로 벌어진 것이다. 우리 팀은 그 분의 안내를 받았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소름이 돋았다.
우리 팀 이름이 물길인데, 하나님께서 메마른 교회를 적시라고 보내신 것 같다. 우리는 세 개의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중 두 개의 교회를 세우고 왔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손문자 간사님께서 “물길 따라 잘 다녀오라.”고 하시더니 우린 정말로 물길을 따라 다녔다.
우리가 간 두 번째 교회는 조그만 연못을 낀 그림 같은 교회였다. 연못 너머에는 고즈넉한 들판과 바다와 염전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새벽마다 그 들판에서 하나님을 묵상했고 저녁이면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찬양하고 sum을 하며 하나님을 만났다.
아주 힘든 하루였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고 염전에 가서 염전 체험하면서 전도도 했고 그 바쁜 와중에 내가 청년처럼 일을 했다. 하지만 이 교회 목사님의 인격적인 문제들로 인해 나는 심한 어려움을 느꼈다. 반말을 하며 마치 종 다루듯 나를 대하는 목사님께 모멸감을 느끼면서 우리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굴욕적인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 생각했고 조그만 모멸감도 참지 않으려는 내 모습을 돌아봤다.
세 번째 교회로 갔다. 역시 문제가 많은 교회였다. 목사님은 몇 달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고 사모님이 교회를 지켰는데 이 사모님은 그 교회에서 이제 쫓겨날 입장이었다. 정탐을 가자 사모님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와서 우리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그분은 엘리야에게 마지막 남은 밀가루를 주던 여인처럼 얼굴에 깊은 수심을 안고 우리를 안내했다.
다른 분들과 중복된 내용이지만 간단히 더 말을 하겠다. 우리 팀은 교회에 도착하자 짐을 풀고 예배당으로 가서 기도를 했다. 유리창은 깨지고 천장은 무너지고 있으며 줄줄이 금이 간 흰색 벽은 거의 회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성전을 보자 정말 많은 눈물이 쏟아졌다. 기도를 마친 우리 팀 전원이 거의 동시에 이 교회를 고쳐 주자고 말을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팀에게 동시에 역사하신 것이다.
우리가 교회를 손보겠다고 했더니 그 사모님이 샘물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분은 우리가 머물던 4박5일간 내내 그렇게 우셨다. 이 사모님께서 성전을 고치고 싶어서 오랫동안 금식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분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 사모님이 기도 중에 음성을 들으셨다고 한다. 기다려라. 기다리면 내가 해 줄 것이라는.
그분이 오래 금식 기도하셨고, 하나님께서 그분께 기다리라는 음성을 들려주셨고, 그 응답의 도구로 우리 팀이 파송된 것이다. 우리팀은 하나님이 보내신 대사요 천사요 응답의 도구였다.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하나님을 가장 깊이 느낀 순간이었다. 나는 이 교회에서 밥 먹으면서도 찬양하면서도 기도하면서도 틈만 나면 울었다. 나같은 죄인이 하나님의 응답의 도구로 쓰이다니, 감사하고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이 교회 성도들이 처음엔 우리를 내쫓으려 했다. 목회자도 교인들도 각기 상처 투성이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편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교인들과 목회자 가족을 모두 섬겼다. 우리는 정말로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그분들을 섬겼다. 그러자 마지막에는 교인들이 우리에게 저녁을 사고 관광을 시켜줄 만큼 풀어졌고 모두 함께 나와서 교회 일을 했다. 사랑의 실체는 섬김이요 섬김은 갈라진 것들을 녹여 붙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섬기러 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우리는 깨달을 수 있었다. 최고의 권위는 섬김이요 최대의 능력도 섬김임을 깨달았다.
전도여행 내내 잊지 못할 추억이 많지만 그 이야기를 다 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한 가지 에피소드만 말하고 싶다. 우리가 내부 수리한 교회가 복내면의 제일교회다. 복내면사무소에 가서 복내 제일 교회를 물으니 한 직원이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복내교회가 있는데 그곳은 부흥한 교회이며 공사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말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우리 관심은 공사중인 복내교회가 아니라 음성을 들은 제일교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복내교회 공사중” 이 말이 이상하게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떠나기 전날 교회 수리와 칠을 마쳤는데 천장 한 군데가 뻥 뚫려 있다. 합판 한 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교회 수리를 해 주면서 천장에 흉물스런 구멍을 남겨둘 순 없었다. 합판이 필요했다. 해는 저물고 내일 우리는 서울로 가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읍내로 나가 합판 인부를 구하려 했으나 모든 가게가 폐업을 해서 공사가 불가능했다. 나는 화가인 황혜성 자매가 천장을 종이로 그려서 붙여야 하나 생각했다. 그 순간 “복내 교회 공사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 더운 날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리고 공사 감독에게 합판을 줄 수 없느냐고 했다. 그러자 감독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언반구 없이 합판을 줬다. 그 합판이 사이즈가 안 맞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갔다. 그랬더니 감독이 아예 새 합판을 사이즈에 맞춰 잘라서 주었다. 물론 공짜였다. 일원 한 푼 들이지 않고 첨단 기계로 잘라준 새 합판으로 천장 공사를 마무리 했다.
하나님은 정말로 놀랍게도 정교하시다. 대체 왜,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복내 교회가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셨을까? 하나님은 우리가 할 마지막 일까지도 예측하셨고 그 자리에 우리가 찾아올 것까지 계산하시고 예비하셨던 것이다.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하게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 네 이름을 부르는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을 네가 알게 하리라.”
태초부터 우리의 오늘 이 시간을 계획하신 하나님께서 합판 한 장까지 예비하셔서 하나님이 대체 어떤 분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하나님께서 우리 팀은 스스로 은혜를 받기보다 현장 사역자로 보내신 것 같다. 여행 기간 열흘 중 7일 동안 우리 팀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 차가 없었으면 그처럼 많은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도 여행이라는 말 그대로 우리는 전도와 여행을 모두 충실히 했다. 각종 사역과 관광과 여행, 노동, 그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했다. 과연 하나님께서 나의 앞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까 의심했던 여행 전의 나, 그 의심을 하나님은 여지없이 깨뜨리시고 하나님이 혼자서 먼저 다 하셨다.
전도여행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가를 보게 한 여행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왜 그곳에 보내셨는가가 중요한 여행이었다. 올해 초 큐큐시간에 나는 올해 아프리카나 남미 여행을 꿈꿨으나 전도여행으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내 평생 정말 많은 여행을 했으나 이처럼 감격으로 눈물 펑펑 쏟으며 했던 여행은 처음이다. 여행자로서 말하거니와 해외여행 백년을 해도 이런 여행은 할 수가 없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올 한 해 독수리 훈련을 통해 내 시각이 변했다. 과거에 나는 내 눈으로 사건과 사람들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과 사건에 대한 하나님의 시선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전도여행은 그런 시각, 세상을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방법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우리 팀에서 운전기사도 하고 마당쇠 노릇도 하고 짐꾼도 했는데 자매님들이 그런 나를 칭찬했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우리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우리 자매님들이 나 때문에 하나님을 더 만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 만일 내가 없었다면 하나님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셨을까? 합판 한 장까지 준비하신 하나님께서 운전할 사람도 보내주셨을 것이고, 힘쓸 사람도 보내주실 것이고 또 뛰어다녀야 할 문제가 있을 때 뛰어다닐 사람까지 모두 준비하시는 기적을 보여주셨을 것이다. 그러하니 내가 자매님들이 경험할 더 깊고 완전하신 하나님을 방해한 것 같아서 참으로 미안했다.
우리 팀은 하루 평균 세 시간쯤 잔 것 같다. 하지만 전도여행 끝무렵 나는 그 취침 시간을 투자해서 자매님들 각자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에스더처럼 훌륭하고 열정적이며 룻처럼 겸손하고 마르다처럼 부지런하고 마리아처럼 순종하신 전라도 물길 팀 자매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여행 동안 탁월하고 굳건한 리더십을 가진 이미숙 팀장을 존경하게 되었다. 애찬에 이어 두 번씩이나 나의 리더로 자리해주신 자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이 학교에서 일꾼으로 쓰이시길 기도드린다.
자신의 감정보다 팀원의 감정을 존중하고 큰 누나처럼 겸손함은 물론 모든 것을 인간보다 하나님께 의지하던 섬장 박경희 자매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팀원들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도 않다가 몸살까지 나신 섬김 이은경 자매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 앞에 낮은 자세로 자신을 드리던 그 용기에 박수를 드린다.
높은 학력과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가장 친근한 친구로 열흘을 보내주신 중보기도 황혜성 자매께 감사드린다. 여행을 통해 좋은 믿음의 동지를 얻게 해주셨다.
팀원들이 하나가 되도록 열심히 작업하하셔서 우리 팀이 하나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작업 담담 성귀엽 자매께 감사드린다. 일관되게 하나님을 사모해온 자매의 올곧은 신앙이 내게 큰 귀감이 되었다.
겸손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침묵이 황금이 되는 때는 언제인가를 가르쳐준 서기 곽순영자매께 감사드린다. 자매는 가장 좋은 여행 친구란 무엇인지 그 모델을 보여주었다.
갈렙같은 열정을 가진 정탐꾼 황영화 자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배우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어떤 일을 맡겨도 불꽃으로 타오르고 뒷마무리까지 기계처럼 정리해내는 탁월한 일꾼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가장 순결한 모습을 가졌으면서도 더욱더 낮아지려는 시간 관리 김아영 자매께 감사드린다. 연약한 몸 어디선가 끝없이 솟아나는 그 에너지를 하나님께서 높이 쓰실 줄 믿는다.
영성 공주, 아이디어 뱅크, 천상의 찬양 인도자, 하나님의 사랑스런 여인, 대낮에도 꿈꾸는 졸음 기계, 그리고 강영길 킬러인 사랑스런 박다솜 자매를 만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신 완전하시고 완벽하시며 결코 실수가 없으신 참 좋으신 내 아버지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