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나눔/효과적인 의사소통

한 손은 인간과 한 손은 예수님과

강 영 길 2012. 7. 7. 17:02

흘러간 우스개 하나가 생각난다.

중학교 자료실에 교장선생님이 와서 지구본 앞에 섰다. 지구본은 지구의 모양대로 각도가 약간 기울어져 있다. 이 지구본을 보고서 교장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물었다.

교장선생님:학생, 이 지구본이 왜 기울어졌지?

학생:(몹시 당황하며)교장선생님, 그건 제가 그런 것이 아닌데요.

교장선생님:아니, 그러니까 지구본이 왜 기울었냐고?

학생:(억울한 표정으로)제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이 우스개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중에서 지나치게 방어적인 사람의 예를 잘 살린 예화다.

최근 나는 어떤 분(갑)과 대화를 했다. 상황은 좀 복잡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을)과 (병)이 있다.

을은 갑을 좋아하고 병도 좋아한다. 그래서 셋이서 동석을 하고 서로 연을 맺었으면 했다.

 

그 말을 듣던 내가 그랬다.

요즘 을과 병에게 문제가 좀 있어서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정리되기 전에는 갑과는 만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을이 갑과 가까이 지내면서 을과 병 사이에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으므로 우선 이들의 관계가 호전된 뒤에 만나는 게 좋겠다고 내가 말했다. 나도 갑을병이 서로 연결되면 앞으로의 사역에 서로 도움이 될 것같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때 갑의 반응이 나를 꽤 당황하게 했다.

갑은 자신은 병을 만나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자신은 병에게 아무 잘못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때 갑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병의 존재에 대해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말했다. "나는 그런 인간 따위 필요없으며 나는 그 어떤 잘못도 그에게 하지 않았다."는 강한 느낌을 주는 자세와 톤으로 말했다. 마치 지구본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학생이 자기가 지구본을 기울여 놓은 것이 아니라고 전혀 엉뚱한 답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갑에게 나는 말했다. 내가 말한 의도는 갑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또 설령 을과 병 사이에 갈등이 있다 할지라도 갑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며 병이 갑에게 원인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은 반복적으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으며 병과 같은 사람은 안 만나도 된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 속에는 일종의 분노까지 숨어있었다.

 

사실 이 대화에서 갑은 전혀 공격받지 않았다. 그런데 갑은 마치 자신이 이미 공격을 받은 사람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자신이 공격받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경우에 화를 내며 왜 자기 방어를 할까?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 따지기보다 좋은 대화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이럴 때 좋은 대화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러면 그분들의 문제가 해결되어 서로 관계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형식이 좋지 않을까?

 

아무도 그에게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는 결코 잘못이 없다. 그런 사람 나는 안 봐도 상관없다. 나는 그런 사람 없이도 잘 살고 있고 잘 하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대화하는 상대에게 "나는 절대로 남에게 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인간도 나를 흠잡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한 "나는 눈꼽만치라도 나를 흠잡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밟아주겠어."이런 느낌도 줄 수 있다. 이것은 예수님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자기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갑의 태도는 을과 병에게만 공격적인 게 아니라 대화 상대인 나까지도 공격당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갑의 태도가 나를 슬프게 했다. 이런 대화는 관용과 사랑이 없다는 느낌을 쉽게 갖게 하며 온유한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대화에 미숙한 사람이다. 따라서 대화에 더 조심하려 한다. 나는 열등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 열등감을 감추려 하기보다 나의 모습이 드러나서 오히려 상대가 나를 보호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솔직하게 나를 인정하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가 강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약점이 있으니 그 약점을 보여주고 상대가 사랑으로 감싸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대화법이며 더 예수님 스타일의 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화를 할 때 한 손은 인간에게 한 손은 예수님께 주면 어떨까? 그러면 어떻게 더 사랑을 주는 대화를 할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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