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1 이에 빌라도가 예수를 데려다가 채찍질하더라
2 군인들이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고 (조롱을 해도 최악의 조롱을 하고 있다. 왕관 대신 가시나무를 씌우고 귀족에게 입히는 붉은 옷을 입혔다. 전혀 부조화된 모습을 만들어서 네가 얼마나 우스꽝스런 존재인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3 앞에 가서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며 손으로 때리더라 (앞에서 채찍질하고 이번에는 때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하라고 한다. 네가 얼마나 평안할 수 있는지 한 번 맞아봐라. 맞으면서도 그렇게 평안할 수 있고 이렇게 맞아도 네가 왕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이 글에 예수님의 반응은 없다. 괴로워했다는 말도 없고 고통스러워했다는 말도 없다. 이전까지 내용에서 예수님은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고 죽게 되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매를 맞고 조롱당하는 내내 예수님의 반응은 없다. 예수님이 노려볼 수도 있고 찡그릴 수도 있고 비명을 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없다. 예수님이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빼먹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평안을 유지했던 것이다. 그 많은 굴욕과 매질 속에서도 평안함으로 그것들을 받았던 것이다. 인간들이 나를 조금만 공격해도 나는 금방 화를 내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모든 고통을 평안으로 받아들였다.)
4 빌라도가 다시 밖에 나가 말하되 보라 이 사람을 데리고 너희에게 나오나니 이는 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함이로라 하더라
5 이에 예수께서 가시관을 쓰고 자색 옷을 입고 나오시니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되 보라 이 사람이로다 하매
6 대제사장들과 아랫사람들이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노라
7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그가 당연히 죽을 것은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
8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워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어떻게든 처형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않았거니와 그는 그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다. 예수님은 실로 많은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려주신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믿을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다.)
9 다시 관정에 들어가서 예수께 말하되 너는 어디로부터냐 하되 예수께서 대답하여 주지 아니하시는지라
10 빌라도가 이르되 내게 말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빌라도는 인간의 권한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권한보다 더 큰 권한이 있음을 그는 간과하고 있다.)
11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
12 이러하므로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 (빌라도는 예수의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고 놓아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굴복한다. 인간의 권세를 하나님의 권세보다 두려워한 것이다. 자기 지위와 이익이 걸렸을 때 예수님에 대한 분명한 태도가 나온다. 나도 예수님과 내 이익 중 선택해야 할 때 가장 분명한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이익 앞에서는 수시로 나를 합리화하며 예수님을 팔아버리곤 한다. 결코 빌라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13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예수를 끌고 나가서 돌을 깐 뜰(히브리 말로 가바다)에 있는 재판석에 앉아 있더라
14 이 날은 유월절의 준비일이요 때는 제육시라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이르되 보라 너희 왕이로다
15 그들이 소리 지르되 없이 하소서 없이 하소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내가 너희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 하니 (가이사 외에는 왕이 없다고 한 자들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친일파나 나치에 주종한 세력들이다. 유대인은 식민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왕이 가이사 외에는 없다고 한 것은 자기 조국에 대한 배신이다.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하늘의 왕이신 예수님을 결박했을 뿐만 아니라 땅의 권세도 다른 나라에 넘겨주고 있다. 하늘의 권세가 무너지면 땅의 정의도 무너진다. 땅의 정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하늘의 권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6 이에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그들에게 넘겨 주니라
17 그들이 예수를 맡으매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히브리 말로 골고다)이라 하는 곳에 나가시니
18 그들이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새 다른 두 사람도 그와 함께 좌우편에 못 박으니 예수는 가운데 있더라
19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
20 예수께서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고로 많은 유대인이 이 패를 읽는데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기록되었더라
21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니 (유대의 제사장들이 빌라도보다 더 악한 것을 볼 수 있다. 제사장들은 믿음으로 보나 혈통으로 보나 빌라도보다 더 예수님과 가까운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민족이요 함께 하나님을 믿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더 악랄하게 예수님을 괴롭힌다. 믿는 자들끼리 분쟁하고 믿는 자들이 서로를 질시하는 것이 믿지 않는 자들보다 더 심할 때가 많다. 차라리 믿지 않는 자가 덜 괴롭힌다.)
22 빌라도가 대답하되 내가 쓸 것을 썼다 하니라 (빌라도는 끝까지 예수님을 못박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많은 인간들이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 예수님을 믿는 자를 탄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끝내 범접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라도나 혹은 믿지 않는 사람들은 끝내 핍박을 하고 만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내가 혹시라도 그런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3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에 나눠 각각 한 깃씩 얻고 속옷도 취하니 이 속옷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라 (예수님을 완전히 벗겨서 만민 앞에 수치스럽게 하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채 고통으로 숨조차 쉬지 못할 그 상황에서 이들은 옷을 나눠 찢고 가지며 얼마나 철저하게 조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4 군인들이 서로 말하되 이것을 찢지 말고 누가 얻나 제비 뽑자 하니 이는 성경에 그들이 내 옷을 나누고 내 옷을 제비 뽑나이다 한 것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 군인들은 이런 일을 하고
25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섰는지라
26 예수께서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예수님이 최후의 순간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조차 예수님은 고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못박은 자들에 대한 원망도 없다. 상황 자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예수님은 일상 생활을 했듯이 십자가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모든 것을 평안하게 받아들이신 것이다.)
27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개신교와 구교가 성모 마리아의 존재로 논쟁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어찌 되었건 예수님은 마리아를 제자에게 맡기셨다. 따라서 마리아를 부탁한 것이므로 제자들이 마리아를 섬겼다. 오늘날도 마리아를 섬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는 그만한 존중을 받을 이유가 있다. 다만 예수님보다 더 높아질 때 문제가 된다.)
28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예수님이 고통을 호소한 것이 아니라 갈증을 호소했다. 갈증을 호소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반응이다. 죽음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아픔을 호소하는 대신 마치 길을 가는 사람이 목마를 때 할 수 있는 말처럼 갈증을 호소한다. 예수님은 평안했던 것이다.)
29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
30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예수님은 이 많은 상황을 거치면서 세 마디를 하고 있다. 첫째, 어머니에 대한 부탁, 둘째 갈증 셋째 다 이루었다는 말이다. 어느 사람이 죽음의 순간에 다 이루었다고 선포할 수 있을까? 예수님은 더구나 물질욕이나 명예욕을 이룬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한 것은 사랑의 성취를 선포한 것이다. 예수님이 이룬 것은 목숨을 내어 주어 사랑을 성취하고 그 피를 대속물로 내 놓는 일을 다 이루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룬 것은 바로 위대한 사랑이다.)
31 이 날은 준비일이라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 그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아니하려 하여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시체를 치워 달라 하니 (이들은 살인을 하고도 안식일을 지키기 위하여 죽지 않은 사람의 다리를 꺾는 잔인함까지 모인다. 이들의 안식일이 얼마나 형식적인 안식일인지 보여준다. 안식은 하나님의 일을 했을 때 쉬는 날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님을 죽이고선 안식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비단 유대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나도 마찬가지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율법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지 않고 율법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못박고 그들의 다리를 꺾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교회를 다니기 위해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것은 곧 예수님의 다리를 꺾는 것과 같다.)
32 군인들이 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그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고
33 예수께 이르러서는 이미 죽으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아니하고
34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이미 죽은 자인 예수님은 옆구리를 찔러서 피와 물을 빼면 덜 부패한다. 예수님은 이미 숨을 거두었으므로 이렇게 창을 찔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완전한 죽음에 이르렀다.)
35 이를 본 자가 증언하였으니 그 증언이 참이라 그가 자기의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
36 이 일이 일어난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37 또 다른 성경에 그들이 그 찌른 자를 보리라 하였느니라 (예수님의 죽음을 증언한 자가 예수님을 찌른 자를 본다는 뜻이다. 증언자는 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자가 찌른자를 본다는 것은 그 찌른 자가 예수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옆구를 찌른 자가 성자가 되었다고 한다. 곧 창을 들었던 자가 믿는 자가 되는 역사다. 내가 예수님을 찌른 자요 내가 예수님의 물과 피를 흘리게 한 자다. 그런 내가 믿고 있는 이 역사가 바로 창수가 성자가 되는 것과 같은 역사다.)
38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제자 중에는 아리마대 요셉처럼 사람이 무서워 숨어지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숨어 지낸 자가 할 일이 또 있다. 따라서 모든 제자가 같은 형태로 섬기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처럼 뒤에 숨어있으므로 오히려 더 큰 사역을 하게될 수 있다. 따라서 나와 같은 성품이 아니고 나와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정죄해선 안 된다. 하나님은 그들 나름대로 쓸 곳을 두고 있다. 예수님이 부자 청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를 따르라고 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아리마대 요셉이 진짜 제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수님이 제자를 택한 방식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쓰임에 따라 다른 형태로 살게도 하고 다른 형태로 숨겨두기도 한다.)
39 일찍이 예수께 밤에 찾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온지라 (모든 바리새인이 다 나쁜 게 아니다. 모두가 나쁘다고 보는 선입관을 버리는 게 매우 필요하다.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하나님이 쓰시고자 할 때 쓰신다.)
40 이에 예수의 시체를 가져다가 유대인의 장례 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쌌더라
41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42 이 날은 유대인의 준비일이요 또 무덤이 가까운 고로 예수를 거기 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