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잔이 없어지다
44장
1 요셉이 그의 집 청지기에게 명하여 이르되 양식을 각자의 자루에 운반할 수 있을 만큼 채우고 각자의 돈을 그 자루에 넣고
2 또 내 잔 곧 은잔을 그 청년의 자루 아귀에 넣고 그 양식 값 돈도 함께 넣으라 하매 그가 요셉의 명령대로 하고 (요셉은 전 가족과의 상봉 및 자기 가족이 더 풍요롭게 살도록 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다. 나쁘게 보면 그것이 지혜가 아니라 술수일 수도 있다. 어떻든 더 큰 미래를 위해 잠시 비밀스런 작전을 짜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좋은 게 좋다는 논리대로 모든 일을 다 허락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가령 자녀 교육을 할 때도 더 큰 미래를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할 때가 있다. 그런 태도가 꼭 나쁘진 않다. 다만 그 의도는 중요하다. 요셉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계획을 진행할 때만 좋은 효과가 있다.)
3 아침이 밝을 때에 사람들과 그들의 나귀들을 보내니라
4 그들이 성읍에서 나가 멀리 가기 전에 요셉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일어나 그 사람들의 뒤를 따라 가서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어찌하여 선을 악으로 갚느냐
5 이것은 내 주인이 가지고 마시며 늘 점치는 데에 쓰는 것이 아니냐 너희가 이같이 하니 악하도다 하라(요셉이 점을 쳤다는 게 흥미롭다. 이것은 꼭 점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때 사용했던 물건이었을 것이다.)
6 청지기가 그들에게 따라 가서 그대로 말하니
7 그들이 그에게 대답하되 내 주여 어찌 이렇게 말씀하시나이까 당신의 종들이 이런 일은 결단코 아니하나이다
8 우리 자루에 있던 돈도 우리가 가나안 땅에서부터 당신에게로 가져왔거늘 우리가 어찌 당신의 주인의 집에서 은 금을 도둑질하리이까
9 당신의 종들 중 누구에게서 발견되든지 그는 죽을 것이요 우리는 내 주의 종들이 되리이다 (먼저 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에 선언을 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나 자신이 결백하다고 생각하여 과감한 장담과 선언적 언사를 하고 있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게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식을 믿고 엄청난 선포를 하곤 한다. 특히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두려운 일이다. 서로 반대되는 이론이 부딪치면 상대의 의견을 다 들어보는 게 참 중요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듣는다 할지라도 마음으로 듣지 않는다. 마음으로 듣는다 해서 모두 설득당하는 건 아니다. 논리성이 결여되거나 진실성이 결여되면 마음으로 듣고서도 설득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내가 설득당하는 게 두렵고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상대를 존중하여 경청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좋다.)
10 그가 이르되 그러면 너희의 말과 같이 하리라 그것이 누구에게서든지 발견되면 그는 내게 종이 될 것이요 너희는 죄가 없으리라
11 그들이 각각 급히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자루를 각기 푸니
12 그가 나이 많은 자에게서부터 시작하여 나이 적은 자에게까지 조사하매 그 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발견된지라
13 그들이 옷을 찢고 각기 짐을 나귀에 싣고 성으로 돌아 가니라 (요셉의 형제들이 경솔한 선포를 한 데 반해 요셉은 치밀한 계획을 진행한다. 만일 그 마음에 조종하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궁극적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면 요셉처럼 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
유다가 베냐민을 위하여 인질을 청하다
14 유다와 그의 형제들이 요셉의 집에 이르니 요셉이 아직 그 곳에 있는지라 그의 앞에서 땅에 엎드리니
15 요셉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행하였느냐 나 같은 사람이 점을 잘 치는 줄을 너희는 알지 못하였느냐
16 유다가 말하되 우리가 내 주께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무슨 설명을 하오리이까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정직함을 나타내리이까 하나님이 종들의 죄악을 찾아내셨으니 우리와 이 잔이 발견된 자가 다 내 주의 노예가 되겠나이다 (하나님이 죄악을 찾아낸 것이 아니다. 이들이 지금 죄악을 저지르진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다 근본적으로 요셉을 버린 죄를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죄를 추궁하여 벌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을 주려고 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시고 축복하신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자도 타인을 용서하고 축복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의 죄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죄를 지은 게 없는지 살펴보고 하나님 앞에 내어놓아야 한다.)
17 요셉이 이르되 내가 결코 그리하지 아니하리라 잔이 그 손에서 발견된 자만 내 종이 되고 너희는 평안히 너희 아버지께로 도로 올라갈 것이니라 (요셉은 형제들에게 평안히 가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평안히 갈 수 없는 상황이다.)
18 유다가 그에게 가까이 가서 이르되 내 주여 원하건대 당신의 종에게 내 주의 귀에 한 말씀을 아뢰게 하소서 주의 종에게 노하지 마소서 주는 바로와 같으심이니이다
19 이전에 내 주께서 종들에게 물으시되 너희는 아버지가 있느냐 아우가 있느냐 하시기에
20 우리가 내 주께 아뢰되 우리에게 아버지가 있으니 노인이요 또 그가 노년에 얻은 아들 청년이 있으니 그의 형은 죽고 그의 어머니가 남긴 것은 그뿐이므로 그의 아버지가 그를 사랑하나이다 하였더니
21 주께서 또 종들에게 이르시되 그를 내게로 데리고 내려와서 내가 그를 보게 하라 하시기로
22 우리가 내 주께 말씀드리기를 그 아이는 그의 아버지를 떠나지 못할지니 떠나면 그의 아버지가 죽겠나이다 (베냐민이 떠나면 야곱이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냐민은 이미 서른을 넘은 나이일텐데 야곱은 그런 아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야곱이 베냐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23 주께서 또 주의 종들에게 말씀하시되 너희 막내 아우가 너희와 함께 내려오지 아니하면 너희가 다시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시기로
24 우리가 주의 종 우리 아버지에게로 도로 올라가서 내 주의 말씀을 그에게 아뢰었나이다
25 그 후에 우리 아버지가 다시 가서 곡물을 조금 사오라 하시기로
26 우리가 이르되 우리가 내려갈 수 없나이다 우리 막내 아우가 함께 가면 내려가려니와 막내 아우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음이니이다
27 주의 종 우리 아버지가 우리에게 이르되 너희도 알거니와 내 아내가 내게 두 아들을 낳았으나
28 하나는 내게서 나갔으므로 내가 말하기를 틀림없이 찢겨 죽었다 하고 내가 지금까지 그를 보지 못하거늘
29 너희가 이 아이도 내게서 데려 가려하니 만일 재해가 그 몸에 미치면 나의 흰 머리를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게 하리라 하니 (야곱의 마음은 곧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마음이 이와 같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었을 때 하나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시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30 아버지의 생명과 아이의 생명이 서로 하나로 묶여 있거늘 이제 내가 주의 종 우리 아버지에게 돌아갈 때에 아이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31 아버지가 아이의 없음을 보고 죽으리니 이같이 되면 종들이 주의 종 우리 아버지가 흰 머리로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게 함이니이다 (야곱이 베냐민과 동반의존되어있다고 한다. 부모의 편애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도 있고 동반의존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부모와 자녀를 그렇게 묶어 주셨고 하나님도 우리의 삶에 동반의존되어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가 잘 살기를 그렇게 바라시는 것이다. 나의 명예가 곧 하나님의 명예다. 하나님의 생명이 나의 생명과 묶여 있을 것이다.)
32 주의 종이 내 아버지에게 아이를 담보하기를 내가 이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돌아오지 아니하면 영영히 아버지께 죄짐을 지리이다 하였사오니
33 이제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어 내 주의 종이 되게 하시고 그 아이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소서 (유다는 자신이 베냐민을 대신하여 종이 되겠다고 한다. 예수님은 유다 지파의 후손이다. 아마도 유다가 온유했던 인물이어서 예수님의 조상이 되지 않았을까?)
34 그 아이가 나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내가 어찌 내 아버지에게로 올라갈 수 있으리이까 두렵건대 재해가 내 아버지에게 미침을 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