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이런저런 일들

인연

강 영 길 2014. 6. 22. 22:00

인연

약속 시간에 늦어 택시를 탔다. 늙수그레한 기사가 마치 혼잣말처럼 말을 건넨다.

“참, 세상에 말이지요. 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인연이 있다는데.”

불교도가 아니지만 인연의 소중함이란 말에는 언제든 공감을 할 수 있다. 택시 기사의 화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겠거니 싶어서 귀를 기울였으나 그의 이야기는 그닥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였다.

“그 수많은 손님 중에 내가 사장님을 태울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는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기사분이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싶어서 백미러로 그의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하지만 난 그를 알지 못 하는 사람이었다.

“또 손님은 그 많은 택시 중 내 차를 탈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다 소중하다는 말입니다. 나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이렇게 만난 손님들 모두가 참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아 한동안 통화했다. 그동안 나는 그가 던진 화두를 꼭꼭 씹었다. 맛이 참 달달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그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라니.

그는 29년간 버스를 운전하다 정년퇴직을 한 뒤 택시를 운전한 지 1년 반이 되었다고 한다. 정년퇴임 후에는 계약직으로 버스 운전을 더 할 수는 있으나 그게 썩 마뜩찮아서 택시를 운전했다고 한다. 손님을 태우다 보면 자기 또래의 무직자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기가 일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또 버스에 비해 손님과 대화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금년 나이 60이라는 그는 참 넉넉해 보였다.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내가 위로 겸 말 한 마디를 던졌다.

“힘들게 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야 그렇죠. 특히 취해서 주사부리는 분들도 있고. 하지만 그럴 땐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들면 나 같은 기사에게 저렇게 주사를 부리겠나, 생각하지요. 그러면 그냥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묵묵히 받아줍니다. 사는 게 다 힘이 들잖아요? 그래도 다들 인연이죠.”

그의 말이 얼마나 따뜻했던지.

차에서 내릴 때 나는 그 분에게 지폐 한 장을 드렸다.

“가시다가 음료수라도 사 드세요.”

택시가 떠난 뒤에도 난 택시가 떠난 자리에 서 있었다. 다시 그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사는 게 다 힘이 들잖아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에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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