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8절에서 10절은 마음에 깊은 찔림을 준다. 그리스도인의 사랑의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믿음이냐 율법이냐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논쟁을 하고 고민을 한다. 그 많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라고 준 구절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8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9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10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빚진 자의 인생을 살아보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애타는지 모른다. 가령 집에 들어갈 때 혹시나 독촉장이 날아오지 않았는지, 빚 받을 사람이 집에 쫓아오지는 않는지, 길에서 마주치지는 않는지. 빚쟁이의 삶은 단 한순간도 편안할 수가 없다. 빚쟁이의 삶에 평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그 빚쟁이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힘써 노동을 해야만 한다.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유명한 소설에서 주인공 여자는 잃어버린 목걸이 갚을 갚느라 평생의 시간을 다 보내야 했다.
예전에 동창생 한 사람이 빚 받아주는 회사에 취직을 했으니 빚 받을 일 있으면 의뢰해 달라는 말을 했다. 나야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설령 돈을 꾸어준 뒤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런 심부름 센터에까지 부탁할 만큼 강하지도 못하기에 알았노라고만 대답하고 말았다. 나중에 그 동창생에게 빚을 어떻게 받는지를 물어보았다. 예전같으면 폭력을 쓰는 사람도 있었고 온갖 협박과 공갈을 해서 빚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혹시나 그런 방법을 쓰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식으로 받는 게 아니었다.
이 동창생에게 누군가 빚 받기를 의뢰하면 특별한 말없이 채무자를 졸졸 따라다닌다고 한다. 자신이 채권자의 대리인이라는 사실만 채무자에게 밝힌 다음 채무자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고 한다. 출근할 때 집 앞에서 기다리고 회사에서도 문밖에 기다리고 화장실에 갈 때 따라가서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면 그 옆에서 자리 잡고 앉아있고 밥먹으면 옆 식탁에서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에 함께 탄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하루 내내 함께 다닌다고 한다. 자신이 채권자의 대리인이라는 사실만 확실히 밝혀둔 뒤에는 거의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3주쯤 하고 나면 채무자가 질려서 돈을 내놓는다고 한다.
왜 내 이웃에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는가? 나는 하나님께 큰 빚이 밀려있는 채무자이기 때문이다. 그 이웃이 바로 빚을 받으러 다니는 말없는 사람이다. 그가 나에게 사랑의 빚을 갚으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지만 그는 끊임없이 내 곁에 서 있다. 그림자처럼 내 앞에 나타난다. 그는 내가 사랑의 빚을 갚지 않으면 결코 내 곂에서 떠나지 않을 사람이다.
하나님은 내 사랑의 채권자다. 나는 사랑의 빚진 자요 이웃은 하나님의 채권 대리인이다. 채권자인 하나님은 그 빚을 당사자에게 갚으라고 하지 않고 이웃에게 갚으라고 하신다. 그러니 나에게는 이웃에게 사랑을 주지 않을 권리가 없다. 나는 오직 사랑을 줘야 하는 의무만을 가진 사람이다.
하나님이 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셨듯이 나는 이웃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갚아야만 한다.
율법을 지키지 못한다는 정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율법을 생각할 게 아니라 사랑을 생각하면 된다. 사랑을 하면 모든 율법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으면 율법을 어기게 된다.
채무자로서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율법을 완성하는 방법이 너무나 복잡한가? 빚을 갚는 아주 간단한 길이 있다.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면 된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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