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전 간수치가 8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 의사가 이렇게 살다간 수년 안에 죽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내 인생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길이 끝나는 산자락으로 차를 몰고 가서 아무도 없는 길끝에 차를 대고 자동차 안에서 가열차가 통곡을 했다. 그때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하나님으로부터도 아주 멀리 떠나있었다. 그런 내가 하나님을 부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하나님 내가 열심히 산 게 죄인가요? 내가 죄라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구요."
나는 가난에 찌든 젊은 날을 보내고 그제서야 겨우 먹고살만한 형편이 되었다. 아니 먹고 살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있는 형편이긴 했다. 어쨌거나 열심히 산 죄라니, 그것도 죄일까? 가난을 벗어나려고 앞뒤 안 가리고 달려온 것이 죄라는 말인가? 대체 이 젊은 나에게 죽음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다.
내가 그 때 몰랐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열심히 산 게 죄라는 사실이다. 열심히 산 건 죄다. 그냥 열심히 산 건 죄다. 하나님을 모른 채 열심히 산 게 죄다. 사랑하지 않고 열심히 산 게 죄다. 용서하지 않고 열심히 산 게 죄다. 헌신하지 않고 열심히 산 게 죄다. 열심히 산 건 너무나 큰 죄다.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열심히 살지 않는 게 덜 죄가 된다. 나 혼자 배불리고 나 혼자 풍요롭게 살면서 가난한 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면서 열심히 살려거든 차라리 열심히 살지 말았어야 했다. 따뜻한 심장이라곤 없이 살거면 차라리 열심히 살지 않는 게 나았다.
그러나 게으름도 죄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몸이 게으르면 머리라도 쉼없이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다.
그러면 우리는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열심히 살건 부지런히 살건 게을리 살건 어떻게 살건 하나님과 동행해야 한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죄에 빠지지 않는 삶을 산다. 게을리 살지 말아야 하지만 함부로 열심히 살지도 말아야 한다. 제 혼자만 배불리 살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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