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최대의 수혜자가 한국의 정치세력, 그중에서도 특히 극우보수 세력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정치 자체보다는 더 높은 것에 관심이 있으므로 그따위 정치가들에게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한다.
정치가들 못지 않게, 아니 오히려 정치가들보다 더 큰 분단 수혜자가 누구일까? 나는 그게 한국의 대다수 기독교, 교회와 목회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기독교는 북한의 은혜를 망극하게 입은 자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회에서 대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조국을 위해 기도한다. 조국을 위해 기도할 때 자연스레 나오는 기도가 북한을 위한 기도다. 그런데 이 기도가 좀 묘하다. 도대체 북한을 위한 기도인지 북한을 저주하는 기도인지 알 수가 없다. 체제를 붕괴시키라는 기도도 이해가 된다. 남한이건 북한이건 벽을 무너뜨리고 하나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니까.
하지만 기도자들의 기도는 큰 전제를 하나 하고 있다. 항상 북은 악한 존재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해 아래 선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하나님 나라를 제외하고 선한 것이라곤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도자들에게는 절대선이 존재한다. 그게 남한이다. 남한은 늘 선한 존재이고 북한은 악한 존재들이다. 하나님 앞에서 누가 선하다는 말인가?
예수님이 일성으로 하신 말씀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이다. 성경에서는 회개하지 않은 사람이 용서되는 경우가 없고 아무리 악인이라도 회개하면 용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기도자들의 기도에 나오는 남한은 회개할 게 없는 사회다. 북한이 악이므로 남한은 선하다. 이런 구도에서 예수님이 필요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예수님은 죄인을 위해서 오신 분이다. 남한은 이미 의인이 되었으니 예수님이 필요치 않은 것 아닌가?
기독교는 모름지기 사랑과 축복의 종교다. 비정상적인 북한 체제는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런 기도를 할 때는 반드시 북한과 북한 주민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멸망과 저주를 부르는 기도가 기독교인의 기도이겠는가?
남한 사회는 도대체 얼마나 썩었는가? 정치는 부패하고 거짓과 부정이 판치는 세상이다. 백일하에 드러난 사건도 하지 않았다 오리발을 내미는 게 오늘의 통치자들이다. 그런 자들의 회개는 왜 촉구하지 않는가? 남들만 욕하는 것은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형과 같은 존재들이다. 기독교인은 영원한 탕자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스스로 의인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는 남한 사회를 더 통렬하게 회개하는 기도여야 한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 앞에서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다. 나를 먼저 돌아보고 회개하라고 한 말씀이다. 그러면 북한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남한을 회개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교회의 대표 기도가 바뀌고 하나님 앞에 낮아지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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