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세상과 교회를 향해

20세기 유감

강 영 길 2013. 11. 4. 00:11

어느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서 21세기의 인류는 많이 보수화 되어 갈거라고 한다.

20세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한 일을 해 봤다. 부를 축적했고 온갖 욕망을 누렸으며 전쟁이란 전쟁을 다 했고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져봤으나 남는 것은 허무뿐이라는 것이 이 목사님의 주장이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예언적 신학자들이 이와 같이 말하고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21세기는 20세기보다 보수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20세기 말에 이미 이런 논리의 강의를 여러 곳에서 했다. 문화사적 흐름으로 보더라도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사조는 고전주의적인 세계에 더 눈을 돌리게 될 것이미 확연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설교 내용 중에 아주 교묘한 속임수가 하나 있다. 20세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누가 했는가 하는 사실이다. 20세기 전체를 거쳐 인류에게 전쟁이 없던 날이 딱 7일이라고 한다. 정말로 전쟁광들의 세계였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인류가 20세기에 얼마나 많은 것을 누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남은 게 허무니까 앞으로는 보수화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동안 20세기에 누린 것들을 진보적인 자들이 누렸다는 말일까? 인류의 전쟁광들이 진보주의자였다는 말인가? 히틀러나 무솔리니 부시 대통령이나 심지어 후세인 대통령 김일성 부자 그리고 빈라덴까지도 모두 진보주의자였을까?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보수주의자들이었다.

 

20세기 자본의 포화를 누린 자들이 진보주의자였던가? 기득권 세력이 가진 부를 흥청망청 사용하고 배가 터져 기름질 때 그것을 나누자고 외치던 자들이 진보주의자들이었다. 우리 나라만 해도 20세기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세상이었다. 일제시대에는 일제라는 보수주의자들의 세상이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누리고 그 모든 것을 파괴한 자들이 보수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게 허무였다.

 

그렇게 누린 자들이 하는 말이 21세기는 보수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 말인가? 보수주의자들이 실컷 재미를 보다가 허무해지니까 21세기에 또다른 형태로 재미를 보게 될 것이라는 예언적인 말일까? 자기 잘못을 타인들에게 전가하는 한국식 보수(극우 보수)주의자들의 파렴치를 깨닫게 하는 예언적인 목사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런 기독교인들이 점점 많아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