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묵상하는 하루

뒤늦은 후회와 만회(신명기 1장 40-45절)

강 영 길 2012. 2. 13. 23:06

예전에 한 젊은이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나는 그때 저녁 6시에서 8시까지만 그 청년을 만날 시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약속에 늦는 것이 습관화된 청년이었다. 그래서 이번 약속은 절대로 늦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또 약속에 늦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은 그 청년과 저녁을 먹지 못함은 물론 나조차 굶고 말았다.

8시에 나는 다른 회의가 있어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들어가면서 청년에게 전화를 했다. 이미 너무 늦어서 오늘은 볼 수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 청년은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으니 다음에 보자고 했다. 청년은 잠시라도 가서 얼굴을 뵙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으나 나는 중요한 약속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보자고 했다.

나는 회의에 들어갔는데 결국 청년은 지각을 한 것이 너무나 미안한 나머지 선물을 사서 찾아왔다. 그 시간이 8시 반쯤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의를 하던 사람들에게 결례를 하면서까지 잠시 그 청년을 만나야 했다.

그때 내가 청년에게 충고를 했다. 이렇게 찾아와준 마음은 충분히 이해도 되고 고맙지만 첫번째 약속을 안 지킨 것도 문제이나, 지금은 극구 그 미안함을 만회하려고 찾아온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지금 회의중에 나와서 모두가 나를 기다리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청년이 두번이나 나를 어렵게 만든 거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꽤나 난감해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청년은 처음 약속을 안 지킨 것도 자기 상황 때문이었고 두번째로 일방적으로 나를 찾아온 것도 자기 뜻대로 한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신명기 1장 40-45절에 등장한다.

40 너희는 방향을 돌려 홍해 길을 따라 광야로 들어갈지니라 하시매

41 너희가 대답하여 내게 이르기를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사오니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올라가서 싸우리이다 하고 너희가 각각 무기를 가지고 경솔히 산지로 올라가려 할 때에

42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올라가지 말라 싸우지도 말라 내가 너희 중에 있지 아니하니 너희가 대적에게 패할까 하노라 하시기로

43 내가 너희에게 말하였으나 너희가 듣지 아니하고 여호와의 명령을 거역하고 거리낌 없이 산지로 올라가매

44 그 산지에 거주하는 아모리 족속이 너희에게 마주 나와 벌 떼 같이 너희를 쫓아 세일 산에서 쳐서 호르마까지 이른지라

45 너희가 돌아와 여호와 앞에서 통곡하나 여호와께서 너희의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며 너희에게 귀를 기울이지 아니하셨으므로

 

이 전 장면은 하나님이 가나안을 점령하라고 할 때 그들이 열두 명의 정탐꾼을 보낸 뒤 두려움에 떤 나머지 점령을 포기한 장면이다. 이로 인해 하나님은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사람들은 가나안 땅을 밟지 못하리라고 했다. 하나님은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지름길을 포기하게 하고 광야로 가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미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다. 마치 나와 약속을 했던 청년이 지각을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자 하나님은 이미 결정을 하셨다. 홍해길을 따라 광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직접 약속의 땅을 점령하라고 했던 명령을 이제는 바꾸신 것이다. 그러자 백성들이 자기들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하나님은 결정을 바꾸지 않으신다. 그러면 이제는 이미 바꾸신 하나님의 결정에 순종해야 한다. 잘못을 깨달았을 때 하나님의 계획이 바뀌었다면 새로운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약속 어긴 것이 미안해서 또 한번 마음대로 약속을 만들어서 나를 찾아온 청년처럼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또 불순종한다. 하나님은 이번에는 싸우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올라가지도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올라기도 하고 싸우기까지 한다. 그 결과는 이미 다 정해진 길이다. 그들은 철저히 패배하고 돌아온다.

 

내가 잘못을 깨달았으니 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하여 예전의 명령을 꼭 이루려고 하는 것도 또한 불순종이다. 불순종과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후회와 쓴뿌리로 인해 하나님의 명령을 다시 거역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 의지가 하나님의 명령보다 앞서 작용한 것이다.

 

하나님의 대원칙은 하나다. 사랑하고 축복하시는 것. 그러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은 끊임없이 그 방향을 바꾸신다. 그것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하나님이 어떻게 하면 다시 축복의 길로 인도하실까를 연구하여 그 길로 나를 인도하고자 하심으로써 원칙들을 바꾼다. 그 변화된 원칙에 신속히 반응하고 순종하는 것만이 이미 엎질러진 내 잘못을 가장 빨리 만회하는 길이다.

모든 상황 속에서 나를 완전히 비우고 순종하는 것이 곧 최선의 만회요 최선의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