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묵상하는 하루

섬김에 대한 진단(요한복음 13:1-5)

강 영 길 2012. 3. 6. 23:57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의 섬김은 요한복음 13장 1-5절까지의 장면,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장면이다. 이 장면이 최고의 섬김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기독교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이 이땅에 오신 그 자체로도 최고의 섬김이다. 이런 예수님의 행위를 본 기독교인들은 참으로 섬김을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한다.

 

흥미롭게도 겸손한 사람만이 아니라 교만한 사람들도 자신의 최고의 섬기는 자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섬기는 자라는 사실을 듣는 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최고의 섬김을 하는지 쉽게 알아차린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하여 공동체를 위해 일하지만 소속된 공동체의 사람들은 그가 섬기는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기도 한다. 혹은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최고의 섬기는 자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유명한 글 하나를 인용해 본다.

 

1970년 그린리프라는 유대인이 쓴 논문 <리더로서의 종>이라는 책은 세계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의 논문이 출발점이 되어 진정한 리더쉽은 섬김이라는 사실에 대해 세계적인 인식과 공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동안 리더쉽이란 수직적인 구조라고 생각했던 전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진정한 리더쉽은 섬김의 리더쉽이라는 혁명을 일으킨 논문이라고 한다.

 

그의 글 중에 섬김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다.

"진정한 섬김인지에 대한 시험은 당신이 섬기고 있는 사람들이 성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섬기는 동안에 그들이 더 '강건해지고 지혜로워지고, 자유케 되고, 자율적이 되며, 스스로 종이 되기에 합당한 자로 변화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린리프의 주장을 풀어보면 우리가 제대로 섬기면 섬김 받는 사람이 '1.성장한다. 2.강건하고 지혜로워진다. 3.자유를 느낀다. 4.자율적으로 변한다. 5.그들이 누군가의 종이되려고 마음 먹는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섯 가지 항목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3,4,5번 항목이다.

 

제대로 섬기지 않아도 1,2번 항목은 생길 것 같다. 하지만 3,4,5항목은 그렇지 않다. 많은 헌신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는 제대로 구성원을 섬기는 게 아니라 섬김을 가장한 지배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구성원을 힘들게 한다. 그러다 보니 끝없이 충돌한다. 구성원들은 서로 더 섬기려는 게 아니라 갈등의 소용돌이로만 들어간다. 서로 종이 되는 게 아니라 주인이 되려고만 한다.

 

따라서 섬김의 도를 실천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속한 구성원들이 자신으로 인해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면 그것은 섬김이 아니라 지배자가 되려는 자신의 내적 욕망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섬김, 그것은 내가 섬기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상대가 나를 보면서 섬기는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데 마력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