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하나님과의 통화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강 영 길 2012. 7. 23. 21:34

충청북도 보은에 아웃리치를 떠났다가 산에 올라가 기도를 했다. 불꽃축제의 불꽃들처럼 찬란한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바닷가에 부딪치는 자갈들 소리마냥 별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날 것 같았다.

 

나는 고학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지난 모든 날들을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다. 나에게는 늘 내가 하지 않으면 내 뒤가 없고 나는 언제든지 가난한 어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나에게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처절한 자기 확신과 의지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디서건 결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늘 남보다 잘 나야 했고 남보다 앞서가야 했다. 나는 결코 지지 않는 존재로 살아남으려 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나의 약점이며 내가 나약한 증거였다.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기보다는 나의 힘을 믿으려 했던 과거를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날 산 속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려 기도를 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면 장난꾸러기 아이들마냥 이마를 부대끼는 별들이 내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그러면 나는 다시 고개를 땅에 대고 하나님께 회개를 했다. 모세가 수풀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나도 그런 수풀을 바라보며 회개하고 또 회개했다.

 

잠시 고개를 든 순간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가 긴 선을 그으며 밤하늘의 가슴을 도려냈다. 내 가슴에도 한줄기 흰 선이 그어졌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잘 안다. 같은 자리에서 곧장 별똥별을 두번 보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나는 용기를 내서 기도했다.

"아버지, 만일 나의 이 모습을 용서하시고 제 죄를 깨끗하게 하시며 앞으로 이 죄인을 도구로 쓰시려거든 별똥별을 한 번 더..."

까지 말한 순간 같은 자리에 검은 칠판에 백묵으로 그은듯한 하얗고 긴 선이 그어졌다. 그 순간 아무도 없는 칠흑같은 숲에서 나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 어헉, 별똥별이다. 아, 아버지."

정말로 나는 깜짝 놀랐다. 깜짝 놀라서 나는 땅에 철퍼덕 엎드러졌다. 그리고 꽤 긴 시간동안 어둠 속에 엎드려서 눈물로 세수를 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고개를 들자 반딧불이 하나가 깜박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베이스기타처럼 둔중하고 세미한 음성이 들렸다.

"영길아, 네가 너무나 큰 죄인인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널 사랑한다."

깜깜한 어둠 속의 반딧불이가 얼마나 밝아보였는지 모른다. 녀석은 맑고 고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것같았다. 그러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반딧불이가 숲으로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있다가 느릿느릿 일어나서 가파른 산길을 내려왔다. 내가 숙소에 오기까지는 불과 십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숙소에 내려와 하늘을 보니 그 짧은 사이에 하늘이 완전히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거센 빗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나는 다시 하늘을 봤다. 초롱초롱하던 그 별밭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별들은 사실 그날 밤 나를 위해 하나님이 잠시 뿌려놓은 은가루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리는 빗줄기는 은가루가 변해 은혜의 빗줄기로 내려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그날 밤 나만을 위한 별들의 잔치를 벌리셨고 나는 그 잔치상 앞에 하나님과 단둘이 앉아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