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었다. 햇살은 고왔고 최고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청년 두 명과 길을 걸었다. 셋은 오순도순 즐겁게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 보니 어느 깎아지른 절벽에 맞닥뜨렸다. 그곳에는 절벽 아래 바닥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있었다. 두 청년은 자기들은 더이상 걷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들이 걷기를 그만 두는 것이 나로선 아쉬웠으나 그들은 망설임없이 내려가고 말았다.
나 홀로 남았다. 길을 내다 보니 높이가 오백 미터는 됨직한 수직의 절벽 중턱에 폭이 1미터가 되지 않는 길이 반듯하게 뻗어있다. 길은 파란 잔디가 깔린 아주 아름다운 길이었다. 깎아지른 절벽에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을까 싶었다.
나는 두 청년이 떠난 것은 아쉬웠으나 내가 그 길을 가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경쾌하고 발랄한 걸음으로 그 길을 걸어 나갔다. 융단처럼 파란 잔디가 깔린 길만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잠시 후 길을 가던 도중 우연찮게 길 아래를 쳐다 봤다. 길은 천길 낭떠러지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아름다운 길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곳에서 떨어지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주저 앉아서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보니 현기증이 일었다. 그래서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나는 길에 찰떡처럼 엎드렸다. 그렇게 엎드리니 길이 내 몸통에 꼭 맞았다.
나는 그 상태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뒤로 돌면 그 순간 몸이 지상으로 추락할 것임을 알았다. 나는 아까 청년들과 헤어진 게 후회가 되었다. 그들은 평탄한 땅으로 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택했다.
그 어려운 길이 나에게 왜 그렇게 편안하고 아름답게 여겨졌던가? 생각해 봐도 분명히 이 길은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이 나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떨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을 나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일어나서 걸어가자. 일어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엎드려서 있을수록 공포는 커지고 현기증도 커져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다. 나는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것같았다.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안타까웠다.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나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일어서고자 팔에 힘을 주고 내 상체를 바닥에서 밀어냈다. 공포가 엄습했다. 그러던 중 나는 꿈에서 깼다.
나는 꿈을 깨서 내 신앙의 상태를 돌아봤다. 내 상태까 딱 꿈 속의 모양이다.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뒤로는 갈 수 없다. 과거는 흘러갔으니까. 그리고 신앙은 이처럼 위태롭지만 아름답다. 그 길은 정말로 아름다운 길이지만 늘 절벽 끝에 있다.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길이다. 그 길을 갈 때 걷는 자만이 그 길을 갈 수 있다.
앞을 보는 자만 앞으로 간다. 아래를 보는 순간, 저 아래 공간을 보는 순간 두려움에 떨고 더이상 전진하지 못한다. 앉아버린다면 더더욱 공포에 사로잡힌다. 만일 엎드린다면 그 공포는 더 커지고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너무나 상징적인 꿈이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는지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갈 길은 아름답다. 그러나 걸을 때만 아름답다. 앉거나 엎드리면 공포의 길이다. 그것이 신앙이다. 내가 요즘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있다. 그래서 교회를 가지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주저않으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하나님이 보여주신 것이다.
나는 일어나서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교회에서 모든 일을 다 소화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기로 한다. 꿈을 통해 나에게 말씀하신 하나님게 영광과 찬송을 올려드리며 나는 내 갈 길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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