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묵상하는 하루

그분께도 은혜 베푸시길 원합니다

강 영 길 2011. 12. 21. 19:04

나는 요즘 하나의 질문을 안게 되었다.

 

과거 교회 생활은 인간과의 관계가 중심이 된 면이 있다. 하지만 요즘 교회에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많이들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는 성령 체험을 한 사람도 늘었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도 늘었고 방언하는 사람 예언하는 사람 등등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믿는 하나님만이 바른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내가 복음"을 쓰는 사람도 많고 "내가 하나님 병"에 걸린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

 

최근에 이런 사람(B)과 일이 있었다. 나랑은 제법 친한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끌고 가려는 사람이다. 자기 주장이 생기면 그 주장을 절대적으로 관철시키려 한다. 이 모임의 리더는 나다. 그리고 나는 리더가 혼자 전권을 휘두르는 것이 문제가 많다고 봐서 A라는 분에게 리더를 위임했다.

그런데 B는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리더쉽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오래 참으며 봐오던 나는 한 번쯤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B가 자기 주장을 할 일이 또 생겼다. 리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B가 원하는 순서대로 예배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B의 의견에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순서에 음성 듣는 기도는 어디에 넣어야 하느냐?"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 B는 이런 질문을 하면 곧바로 자신을 공격한다고 반응한다. 왜 자신을 공격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주는 것만이 가능하고 질문도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나는 모임의 리더로서 B의 목소리를 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가 응석을 부릴 때 아이를 사랑으로 돌 볼 수 있으나 아이의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들 이야기만 들으면서 조직을 끌어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교회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세상과 다른 점이다.

 

나의 질문에 이분이 화를 내면서 그 자리를 떠 버렸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나의 행동에는 상당한 의도가 깔려 있었지만 마음에는 많이 걸렸다. 그리고 그분을 위해 기도했다. 또 전화와 문자로 그분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 분은 나를 본척도 하지 않았고 내가 나눔을 하면 일부러 전체에 방해가 될 만큼 딴 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묵묵히 기도했다.

기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에게 무언가가 묶여 있었다. 나는 그 묶임이 풀리기를 기도했다. 아침 묵상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이건 B가 꼭 읽어야할 묵상이야. 성경의 이 구절은 진짜 그를 위한 이야기야. 말로만 성령충만하면 뭐하냐고. 실천을 해야지.'

특히 로마서 묵상은 더 그랬다. 말로만 사랑하지 말라든지 육을 따라 살지 말라든지.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묵상하기보다 그의 문제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순간 재빨리 나의 문제로 돌려서 생각했다. 그에게 있는 문제보다 나에게 있는 문제를 보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문제를 해결할 날이 왔다.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그분을 세웠다. 그분이 상처를 받긴 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나님 안의 형제니까. 정말이지 이 분이 좀더 성숙해서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건 하나님의 몫이니까. 나는 단지 우리 모임을 잘 이끌기 위해 지적했으니 그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처음에는 딱딱했던 대화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대화가 끝날 무렵이 되었다.

그때 내가 예상했던 말이 날아왔다.

내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을 들어 이야기를 했다.

"묵상만 멋지게 하지 말고 실천을 하세요. 남 공격하지 말고."

내가 해 주고 싶었던 말을 B가 그대로 한다. 내가 B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으하하, 난 속으로 웃었다. 다들 묵상할 때 나를 묵상하는 게 아니라 남을 묵상한다는 말이 꼭 이럴 때 하는 말이다. 나는 그를 묵상하고 그는 나를 묵상하고......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를 더이상 묵상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사랑으로 덮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미 평안해졌다. 또 그의 성격을 익히 아는 바라 이런 말이 나올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물론 조심스런 농담으로.

"나를 묵상하셨구만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 분도 안다. 많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분도 다소 겸연쩍은 듯 이렇게 말한다.

"그건 아니고....."

그래서 내가 가능한한 최대한 낮은 자세로, 공손하게 다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내리면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하하하, 으하하, 하나님, 하나님 때문에 제가 웃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인간을 똑같이 만드셨는지....그러면서도 어떻게 또 이렇게 관계를 풀어주시는지....더더욱 감사한 것은 제가 먼저 그 분을 품을 가슴을 주신 것이 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모든 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하나님, 그분에게도 속히 은혜 베푸시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