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이런저런 일들

나를 기억하는 걸인

강 영 길 2013. 12. 23. 13:40

어제 지하철에서 낯익은 걸인이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천원을 걸인에게 드렸다.

그러자 걸인이 나에게 "감사합니다."이렇게 인사를 하더니 다시 돌아서서

"매번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 순간 내 코끝이 찡했다. 천원 한 장 드렸다고 이렇게 큰 인사를 받다니.

게다가 저분이 나를 기억하는게 더 나를 찔리게 했다.

나는 그 분에게 매번 드리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 안 드린 적도 있다.

그런데 말하길 매번 줘서 고맙다고 한다.

 

걸인도 나를 기억하는데 하나님은 나를 얼마나 더 기억할까?

내가 주지 않은 그 때를 하나님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내가 더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하철 같은 노선을 타다보면 동일한 걸인을 만나게 된다.

반복해서 만나다 보면 적선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일주일 사이에 그 분을 두 번 만났을 때 나는 돈을 내지 않은 채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매번 돈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으니 나로선 참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하나님께 매번 같은 요구를 하면서, 심지어 하루에도 똑 같은 것을 두어번씩 요구하면서

일주일 사이에 만났다 해서 천원 한 장 주기를 어려워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지하철에서 만난 걸인에게 천원을 준다 해 봐야 내가 일년에 만나는 걸인은 아무리 많아도 50명도 안 된다. 50면이면 5만원, 그 정도 돈은 요즘 세상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친구들과 차 한 잔 마시면서 5만원은 거뜬히 지불하고, 밥 한 번 사면서 십만원도 지불한다.

그곳에선 내 얼굴이 드러나니까, 잘 난 척 하느라 밥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걸인에게 천원을 낼 때는 아무런 명예도 없으니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걸인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도 모른다.

어떤 걸인은 너무 멀쩡해서 돈을 주기도 싫었다.

사실 그건 내가 걸인들을 평가하고 내가 하나님이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걸인이 구걸하면 그냥 선행을 베풀면 끝이다. 그 나머지는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천원 한 장으로 내가 하나님이 되고 싶은 욕망을 결코 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 나를 하나님 앞에서 회개한다.

특히 성탄절, 나를 대신하여 죽기까지 하시려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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