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세상과 교회를 향해

4.29 보궐 선거와 우리 사회의 현주소

강 영 길 2015. 4. 29. 22:46

4.29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전패했고 새누리당이 사실상 전승을 했다. 이것은 웃으려 해도 웃을 수가 없는 사건이다.

세월호며 박대통령 측근 정치자금 문제며 국무총리 사퇴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요즘이다. 집권 여당에게서 잘 한 것을 찾아보려고 해도 도무지 찾을 데가 없다. 부정과 부패와 타락과 거짓과 비리의 종합 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정당이고 정권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번번이 선거에 성공하고 지지율은 낮아지지 않을까?

 

특히 한국 교회는 왜 이렇게 타락한 세력에게 열광할까? 참 절망감을 느낄 때가 많다. 기독교인들에게 새누리당(신한국당이건 하나라당이건)이 종교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님은 옳지 않은 세력을 언젠가 반드시 무너뜨릴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하나님은 때로는 정말로 타락한 세력을 그냥 둬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게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나는 한국 기독교 중 기득권에 편승한 세력들이 새누리당을 대표로 하는 우익 정권을 하나님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는 수많은 증거들을 들이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독교는 상당히 절망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십여년 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북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젊은 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했다. 남한에 자유가 더 많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이 북한 여성이 전혀 개의치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북도 아주 자유롭습네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선 입을 다물었다. 북한은 인권문제나 국제 질서 문제는 물론 여러 측면에서 예측하기 힘들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정권이다. 하지만 북한은 무너지지도 않고 주민들의 충성도도 높다. 북한 정권은 신보다 높은 정권이다.

 

북한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가난한 나라들을 보면 한결같이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권 때는 박정희 아니면 다 죽는 줄 알았다. 왜 그럴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깨달은 바가 있다.

 

우리나라가 부지불식간에 아주 후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깨어나지 못한 나라들은 선과 악을 잘 구별하지 못 한다. 그리고 그들은 옳고그름보다는 오직 경제발전만 생각한다. 그리고 위정자들의 위선과 엄포에 곧잘 속아넘어간다. 그런 사회에서는 아무리 위법한 일도 무소불위한 폭력도 용인된다. 말하자면 도덕성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민도가 낮기 때문이다. 역으로 민도가 낮아지면 도덕적이지 않은 자들이 판치는 것이 영웅시된다는 말도 된다.

 

한국은 지금 빛의 속도로 뒤로 가고 있다. 정치는 소수의 광인이 다수의 맹인을 끌고 가는 것이라는 세익스피어의 재현이다. 나는 이제야 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게 되었다.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미쳐가는 사회, 하나님이 얼굴을 외면하고 말지도 모를 무서운 사회, 믿는 자들조차 진실이나 정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 믿는 자들조차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썩어가는 것들을 칭찬하는 사회, 그들에게 기생하여 함께 썩어가기를 즐거워하는 사회, 이곳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이런 발언을 하는 그리스도인은 사탄의 자녀라고 치부하는 사회, 그래서 점점 더 후퇴하는 사회가 오늘의 한국이다. 하나님은 언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얼굴을 돌리고 계실 것인가? 주님께 부르짖는다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이 나라를 향해 빛을 비춰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