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베니 대통령은 하나님의 사람인가?
얼마전 동성애 퀴어 축제가 있었을 때 이런 이야기가 SNS에 회자되었다.
"(2014년) 당시 무세베니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만일 반동성애법을 제정하면 연 4억 달러씩 하던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도 '우간다를 지켜주고 구원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그해 10월 동성애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동성애로 인해 가정, 사회,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렇게 하여 이름도 낯선 우간다의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한국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언제 우리가 아프리카 대통령을 부러워나 했던 적이 있으며 언제 우리가 아프리카 나라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던지 사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긴 우간다보다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가 떨어졌다는 기사를 이명박 정권 때 한 번 보고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아프리카국가이면서 우리보다 언론자유가 좋다고 했으니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나조차 부럽기도 했고 그 대통령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유심히 봤고 자료도 찾아봤다. 그 결과는 좀 충격적이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장기 독재자다. 그는 집권 후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이로인해 발발된 내전으로 무고한 주민 3만여 명이 숨졌으며, 200여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 신세가 되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앗아가고 강간과 약탈과 폭력을 일삼았으며 그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린 스페인 군인들은 선교사들과 늘 함께 다녔다. 선교사들이 인디언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을 전했다. 당신도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인디언들이 선교사에게 묻는다.
"하나님을 믿으면 스페인 사람도 천국에 가나요?"
선교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인디언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가는 천국이라면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살인마요 약탈자요 가정 파괴범이요 사회를 전복시킨 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가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반동성애법을 재정하기만 하면 그가 어떤 사람이라도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하나님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법을 반대했다는 하나의 이유로 그렇게 피비린내나도록 인권을 탄압한 대통령을 위대한 신앙인으로 추앙해야 하는가? 때론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양심에 비춰 부끄럽지 아니한가? 아니, 내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게 부끄럽지 아니한가? 나는 부끄러운 죄인이다. 아이들에 비해 어른은 분별력이 있다. 영적으로도 성장하면 분별력이 있고 분별력이 떨어지면 아직 영적으로 어린 것이다. 죄악과 쓴뿌리에 동조하는 것은 분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영적으로 덜 성숙했기 때문이다. 나도 우간다 대통령을 부러워했으니, 나의 미성숙을, 분별력 없었음을 지금이라도 반성한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인들이 지나치게 무분별한 소문과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기를 바란다. 교회의 이름으로 교인의 이름으로 헛소문이나 부끄러운 정보를 양산하는 일을 그만 하기를 바란다. 믿지 않는 자들은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우리와 하나님을 불신할까 싶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를 영웅으로 묘사한 최초의 목사님이 동성애법에 반대했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영웅으로 묘사했고 그 목사님의 주장이 널리 알려졌다. 그분은 어쩌면 숲은 보지 못 하고 나무만 본 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균형감 아닐까 한다. 그를 영웅시했던 사람들이 그의 진면목을 본 뒤에도 자신들이 던졌던 찬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과연 기독교는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만한 자격이 될까? 차라리 정말 그리스도인답게 살았던 사람들의 성결한 삶을 예로 들었으면 나았을 뻔했다. 어쩌면 최초로 인용한 목사님은 사랑보다 증오가 우선인 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 첫 구절을 복수로 바꾸어서 뇌어 본다.
"주여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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