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4장 17절에, 하늘로부터 비를 내리시며 결실기를 주시는 선한 일을 하사....이런 구절이 있다. 호세아서 6장 3절에는 "여호와의 나오심은 새벽빛같이 일정하며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본다.
수도가 없던 아주 어린 시절에 우리는 샘물로 음료를 하고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를 했다. 그래서 비는 정말 중요한 삶의 도구였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빨래할 물조차 없었다.
대부분 동네에 개천이 있어서 개천 물로 빨래를 했겠으나 우리 동네는 개천이 없는 섬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비가 많은 나라다. 우리처럼 물이 많은 나라에서도 물을 받아 사용하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스라엘과 같이 비 없는 나라에서 빗물이 얼마나 중요했을지는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집은 함석 지붕이었는데 큰 대야를 처마 밑에 두면 지붕의 골을 타고 내려온 물이 대야에 가득찬다. 그러면 그 물을 한동안 이용한다. 대야에 곧장 떨어지는 물이 밖으로 튀기도 하지만 그릇을 제대로 두기만 하면 웬만하면 그릇이 찬다. 그릇이 안으로 굽어 있으므로 물은 모두 그릇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한데 만일 그릇을 엎어 두면 어떻게 될까? 그 그릇은 밖으로 굽어있다. 밖으로 굽어있는 그 그릇에 떨어지는 물은 모두 밖으로 튀고 말 것이다.
우리에게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이 하나님의 말씀이 내리고 은혜의 빗줄기는 늘 쏟아진다. 그 은혜의 빗물을 받아서 우리 삶에 한동안 사용한다. 한데 내 그릇이 제대로 놓여있으면 내 마음의 그릇을 은혜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제대로 놓였다는 것은 시선이 안쪽, 즉 나의 내면을 향한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나를 들여다 보는 사람은 은혜의 빗물을 가득 받는다.
하지만 내 그릇이 엎어져 있는 사람은 어떨까? 그는 시선이 밖을 향해 있다. 그 그릇은 빗물이 모두 밖으로 튀어나가고 만다. 빗줄기가 쏟아질 때 그 순간은 그 그릇도 빗줄기에 젖는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은혜의 빗줄기가 쏟아져도 그 그릇에 채워지진 않는다. 순간은 은혜를 받지만 담아놓은 물이 없다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 순간에 쓸 은혜가 없다. 이런 사람은 시선이 밖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다. 말씀을 받고 나에게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향해 적용하는 사람이다. 내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게 아니라 남에게 향해 있다는 뜻이다.
그릇이 엎어져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보고 남탓을 한다. 겸손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메마른 영혼이 된다. 그러나 그릇이 제대로 놓여서 말씀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기 탓을 한다. 따라서 겸손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젖어 있는 것이다.
내 영혼의 그릇이 오늘 하루 은혜와 말씀의 빗줄기를 가득 채울 방향으로 놓여있기를....
'하나님과의 동행 > 묵상하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을 두드리며(마가복음 6:7-10) (0) | 2011.12.03 |
---|---|
삼손과 데릴라, 사랑은 어디까지 용서할 것인가(사사기 16장) (0) | 2011.12.03 |
기다림 (0) | 2011.12.03 |
하나님의 지식(시편 139편 1-6절) (0) | 2011.12.03 |
사랑과 분별, 겸손과 영적 전쟁의 경계는 어디인가? 4(끝) (0) | 2011.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