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의 동행/묵상하는 하루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순종이다(이사야 42:18-22)

강 영 길 2012. 4. 13. 00:15

사도 바울은 자기 자신을 일러 '달이 차지 못한 자' 즉 미숙아라고 했다. 바울에 비하면 나는 미숙아도 한참이나 미숙아여서 모자라도 너무나 모자란 인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자란 내가 한 때는 스스로 굉장히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이스라엘의 모세가 내 자신이 바로는 사탄이거나 믿는 자를 방해하는 세력 혹은 나를를 괴롭히는 어떤 누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요 타인들은 바리새인들이라고 생각했으며 나는 예수그리스도의 선한 제자요 다른 이들은 로마병정같은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하나님을 좀더 깊게 만난 뒤 내가 깨달은 바가 있다. 나는 모세와 선한 사마리아인이나 예수그리스도의 사도가 아니었다. 나는 바로 왕이요 바리새인이며 로마병정이었다.

 

이사야서 42장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18 너희 못 듣는 자들아 들으라 너희 맹인들아 밝히 보라

19 맹인이 누구냐 내 종이 아니냐 누가 내가 보내는 내 사자 같이 못 듣는 자겠느냐 누가 내게 충성된 자 같이 맹인이겠느냐 누가 여호와의 종 같이 맹인이겠느냐

20 네가 많은 것을 볼지라도 유의하지 아니하며 귀가 열려 있을지라도 듣지 아니하는도다

 

하님을 따르는 내가 오히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나는 실로 본다고 하나 보지 못하고 들은다고 하나 듣지 못하는 사람이다. 말로는 내가 어리석은 자요 나는 보지 못하는 자요 나는 듣지 못하는 자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겸손한 척 가장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나는 남들이 그런 어리석음에 빠질지라도 나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귀먹고 눈먼 자다.

 

그런 나를 하나님은 어떻게든 존귀하게 하려고 하신다. 하나님은 나를 듣게 하고 보게 하려고 애쓰신다. 하지만 나는 보고 듣는 것을 두려워한다.

 

21 여호와께서 그의 의로 말미암아 기쁨으로 교훈을 크게 하며 존귀하게 하려 하셨으나

22 이 백성이 도둑 맞으며 탈취를 당하며 다 굴 속에 잡히며 옥에 갇히도다 노략을 당하되 구할 자가 없고 탈취를 당하되 되돌려 주라 말할 자가 없도다

 

우리는 누구나 동굴 속에 있고 감옥 안에 있다. 하나님이 나를 존귀하게 하려 하였으나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만든 감옥 속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인간은 자유를 원하면서 동시에 자유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늘을 날고 싶어하고 넓은 바다로 나가 세상을 안고 싶어 한다. 인간은 누구나 거대한 자유에 대한 갈망을 안고 있다. 하지만 높은 하늘에 끌고 올라가서 세상을 둘러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은 겁부터 집어먹는다. 넓은 바다를 항해해 보라고 하면 인간은 먼저 그 시퍼런 바닷물에 겁부터 먹는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진리의 세계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자꾸만 동굴같은 현실로 돌아왔다. 하늘이 두려워서 땅으로 되돌아 왔고 대양이 두려워서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항구에는 파도가 없고 땅에는 하늘에서 부는 바람이 없으니 땅과 항구가 편하고 좋은 것이다. 결국 나는 항구를 떠날 수도 땅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하늘과 바다를 결코 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 진리 안에 거해야만 한다. 하늘을 얻으려면 땅에서 발을 떼야 하고 바다를 얻으려면 항구를 떠나야 한다. 그럴 때야 말로 나는 바다를 얻고 하늘을 얻는 자유자가 될 수 있다.

 

그럴 때야 말로 나는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제서야 나는 진리 안에 거하게 되고 자유롭게 된다. 하나님은 나로하여금 항구와 땅에서 벗어나라고 하는데 나는 자꾸만 감옥을 만든다. 나는 자꾸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스스로 만든 감옥, 스스로 만든 동굴, 그 안에 머무르는 것이 곧 불순종임을 나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바깥세상만 바라보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순종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순종은 자신의 동굴, 자신의 감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숱한 위험을 무릅쓰고서 하나님이 주신 하늘과 바다를 만나는 것이 진정한 순종이며 그것이 진리에 거하는 것이다.